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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ook

채굴장으로-밋밋한 가슴저림

채굴장으로 - 8점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시공사

이 책은 밋밋합니다. 거짓말 하나도 없이 정말로 밋밋합니다. 극적이고 급박한 전개가 펼쳐지는 소설을 느끼한 생크림을 바른 바게뜨빵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바게트빵 그 자체입니다. 심지어 번역하신 분도 이렇게 써놓으셨을 정도죠.

사건은 고사하고 책을 다 읽고나서 "연애 소설이라면서 연애는 언제 해요?" 하고 묻는 독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 일이 없다. 그저 행간을 읽으며 부지런히 추측할 따름이다. - 권남희(옮긴이의 말)

책의 배경은 일본의 작은 섬입니다. 섬에 누가 살고있는지 다 알정도로 작은 섬이지요. 주인공인 '세이'는 화가인 남편을 두고 있으며, 작은 섬에 있는 단 하나뿐인 초등학교의 양호선생님입니다. 작은 섬에 새 학기가 돌아오고, 새 학기와 함께 '이사와'라는 남자선생이 한명 부임해옵니다.

주인공인 '세이'는 은근히... 정말로 은근히 '이사와'를 의식합니다. 물론 이것은 역자분이 말하셨듯 '그저 행간을 읽으며 부지런히 추측할 따름이다.'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세이'의 움직이지않는, 마음뿐인 행동이 아주 약간의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에서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인 '세이'의 심리를 알기위해서는 '추측'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절대 쉽게 가르쳐 주지 않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책에서는 재밌는 표현이 많이 보입니다.

그럴 때면 내가 마치 달걀노른자가 된 기분이 든다. 마요네즈를 만들 때, 흰자와 분리하기 위해 껍데기와 껍데기사이로 조심스럽게 다루는 달걀 노른자 말이다.

극적인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비추천이지만, 그 밋밋함이 반대로 더 매력일 수 있습니다. 언제나 느끼한 생크림을 먹기에는 힘드니까 말이죠. 이 책은 펴기 시작할때 만큼이나 접을때도 밋밋합니다. 하지만 그 밋밋함 속에 아주 약간의 슬픔이 담겨있으리라 믿습니다. 가끔씩... 이렇게 밋밋한 소설도 끌리는 법이겠지요:)

덧)책 다 읽고 선물로 지인에게 주려고 했었는데... 다 읽고나니 주기 싫군요. 이 밋밋한 책이 뭐가 좋은지 사실 저도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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