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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Politics

박근혜 지지자들의 대부분과 마조히즘과의 관계

개인적으로 쿨한걸 좋아해서 이미 지난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걸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이번만은 하고 싶네요. 제목에도 적어놓았지만, 저는 박근혜씨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의 대부분이 마조히즘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뜬금없이 마조히즘 타령이냐 묻겠지만, 이번 선거결과가 저를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현대인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현대인들이 자유라는 무거운 짐에서 도피하려고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밖에서 아무나 잡고 '자유로워지길 원합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제게서 자유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테죠. 하지만 말하는 것과 다르게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유라는 짐을 벗어 던지려고 합니다.

고등학생: 교복 말고 사복 입고 싶어ㅠㅠ
대학생: 옷 고르기 힘들어ㅠㅠ 차라리 교복 입던 시절이 좋았지...
(그래도 저는 옷 고르기 힘든 적은 있어도 교복 입었을 때보단 낫다고 생각했습니다-_-)

이렇게 현대인들은 주어진 자유로부터 도피하려고 합니다.(다른 좋은 예로 뭘 먹어야 좋을지하며 매일 고통에 시달리는 ‘점심식사’도 있습니다)

마조히즘과 마조히즘적 도피

마조히즘을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흔히 남녀간의 성적 행위에서 서로가 가벼운 고통을 주고받거나 함으로써 성적 흥분을 높이는 일이 적지 않으나 마조히즘 ·사디즘의 경우는 정도가 심한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변태성욕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체로 성행위에서 남성이 사디즘의 경향을 나타내고, 여성이 마조히즘의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는 매질 또는 흉기나 부젓가락에 의한 폭행 ·상해를 주고받거나, 그 밖에도 상대방에게 노예적으로 굴종(屈從)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끼게 된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단순히 그들이 ‘변태성욕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의 끝 부분에 있는 “상대방에게 노예적으로 굴종함으로써”라는 부분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다시 프롬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생각해봅시다. 프롬은 현대인들이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방법에 사도마조히즘(사디즘+마조히즘), 파괴적 경향, 자동인형적 순응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중 박근혜씨의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제목에서 말한 것과 같이 마조히즘적인 도피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롬이 이야기한 마조히즘적 도피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조히즘의 동기: 열등, 갈등, 의혹, 고독, 소외, 분열 등을 경험하는 자기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
마조히즘의 행동: 개인적 자아의 포기, 외부의 권위의 일부가 되어 그 속에 몰입하여 유대감을 가지려 시도함, 그렇게 하여 권위의 강력함과 영광에 참여

저런 동기와 행동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의아해 하실테지만,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딱 들어 맞습니다.

한국인의 불안과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

2012년 현재, 현대사회는 정신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하던 시절에도 이렇게 정신 없었을까요? 솔직히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라 100%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보다 정신 없는 사회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모두가 육체적으로 고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 때는 언론조작과 독재정치로 편향된 소식만을 접했고, 불안한 이야기는 북한관련 이야기 뿐이었을 겁니다. 특히 노동자의 인권 운운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빨갱이’로 몰았던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안요소는 ‘당장 먹고 살 문제’와 ‘북한’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겠죠. 결국 다 ‘잘 살아보세’와 ‘공산당은 싫어요’만을 외치며 사는 것 이외에는 선택권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도, 나도 그렇게 독재정치 안에서 만들어진 전체주의에서 살아가면서 유대감과 소속감을 얻었겠죠.

다시 현대로 돌아와서 생각해봅시다. 현재의 그들은 그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대중매체에서는 매일같이 경제가 파탄이다,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강력범죄가 극심하다면서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 뿐일까요?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족의 해체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년남성들은 명예퇴직 후 집에서 ‘없으니만 못한’ 신세가 되었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죠. 이런 상황에서 독재정치 시절의 유대감, 소속감, 사명감을 그리워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들은 돌아가려 하는가?

위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한국인들에게 마조히즘의 동기인 열등, 갈등, 의혹, 고독, 소외, 분열 등은 이미 만연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옛날 독재정권시절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통한 만족도 경험했죠.

결국 그들에게는 투표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불편한 자유가 아니라, 마음만은 편했던 시절의 독재정치라는 채찍과 언론조작이라는 구속구가 그들에게 더 행복감을 줬던 것입니다.

덧) 더 쓰려고 했지만, 학부생의 지식으론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봅니다;;
덧2) 어쨌든 전 이 글로 멘붕 털어버릴랍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저자
에리히 프롬 지음
출판사
홍신문화사 | 2006-06-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살펴보는『고전으로 미래를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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