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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봉사

2008.10.20 01:28 in Life/Positive

위 사진은 저와 관련이 없어요.

뭣 모르고 다니던 1학기와는 다르게 2학기 때는 학교에 봉사를 신청했다. 신청하면서 선배들이 했던 말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그 말인즉슨 '봉사 신청해서 해봤자 일만 죽어라 시키니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였다. 하지만 봉사는 한번쯤 해봐야지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 죽어라 해봤자 죽기야 하겠어?'라는 생각에 해버렸던 것 같다. 신청하고 며칠 뒤 기관을 정하는 날이 왔다. 여러 기관 중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마침 집에서 5분 거리밖에 안 되는 공부방이 하나 있어 바로 신청했다. 사실 신청하고 나서 조금 후회도 들었다.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혹시 가르치려고 하는데 집중을 안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때는 신청을 바꾸기엔 너무 늦어버린 시점이었다.

봉사하러 가는 첫날, ‘첫 시간부터 뭔가 가르쳐야 하나’하는 생각으로 들어간 그곳은 송편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그날은 마침 추석연휴 전날 이였다. 뭔가를 가르칠 것 같은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고 가자마자 열심히 송편을 만들어야 했다. 만들 때의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집에서 송편을 만들어 먹지도 않는데 거기다 손재주가 없는 나는 만드는 모양이 1,2학년 남자애들 수준이라 첫날부터 이미지가 다 깎였다. 그렇게 아이들과 송편을 만들고 먹으며 봉사하는 첫날이 갔다. 일주일 뒤, 이번엔 정말 가르치러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학교에 들고 다니는 가방을 가지고 갔더니만 애들이 여자가방이라고 하면서 자꾸 여자라고 놀린다. 공부방선생님은 놀리지 못하게 하지만 내가 보니 마냥 귀여워서 받아준다. 그 문제의 가방을 내려놓고 내가 할 일을 공부방선생님께 물어보니 문제집을 하루에 정해진 양만큼 풀게 하고 채점만 해주면 끝이었다. 처음에 1,2학년을 봐주었는데 애를 좀 먹었다. 당연한 사칙연산을 물어보는데 참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고생하며 1,2학년을 가까스로 끝내니 3학년 남자애가 하나 왔다. 아이가 수학을 풀고 내가 채점을 답지를 안보고 암산해서 하니 신기해서 쳐다본다. 채점을 해보니 다 맞았는데 나를 못 믿겠는지 자기가 답지를 보겠다고 한다. 그러는 게 정말 귀엽다. 3,4학년 애들을 봐주니 이제 6학년애가 온다. 수학에 도형이 나오니 애를 먹는 게 딱 보인다. 결국 한수 가르쳐주자 애가 물어본다. "어떻게 답지도 안보고 수학을 잘해요?" 그래서 나는 "6년을 더하면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니 질린 표정이다. 왠지 6년 더 수학을 할 생각에 질린 게 분명하다. 그렇게 두 번째 날의 봉사가 끝났다.

그 다음부턴 내가 수학에 특화된 줄 아셨는지 나에게 웬만하면 고학년을 붙이려고 하신다. 그 날은 마침 시험 다음 주라 아이들이 시험 대비에 한창이었다. 초등학생들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아이들이 시험범위를 외워서 '우리 시험범위는 여기까지 에요.'라고 말하면서 푸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시험기간에, 시험범위에, 시험점수에, 그리고 등수에 얽매이지 말고 놀이터에서 뛰놀아야 하는데…' 이런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애들은 빨리 풀고 놀아야지 라는 생각에 처음 풀 때 다 맞추려는 욕심이 보인다. 나도 그런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가끔은 설명만 해주고 넘어갈 때도 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들이 많다. 가장 미안한 건 아직 이름도 못 외운 애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친하게 지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빨리 친해져서 이 어색함을 없애야 할 텐데 붙임성 없는 내 성격이 미안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도 초등학교 때 안 봤던 시험을 어른들의 등수놀이를 위해 보는 현실에 아이들을 보면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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